2025. 3. 10. 20:54ㆍ카테고리 없음
한주 아니 두 주 정도의 기간 동안 팀원들 없이 혼자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꽤나 지친 모양이다.
기실 나한테 주어진 업무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,
혼자서는 하기싫다는 마음이 컸던 거 같다. 일에 대한 집중도도 애정도 높지 않아 그저 모니터만 보고 있던 며칠간이었다.
오늘은 팀원이 일주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첫출근 했다. 일을 나눌 수 있다는 기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,
혼자서 불평 불만에 싸여 있지 않고 팀장의 험담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안도감도 있었던 듯하다.
18시 땡 하자마자 집에 가야지. 하고 마음을 먹었드렜다.
근데, 어차피 집에가서 사 먹으면 최소 만원이고, 회사에서 먹으면 5500원이다.
훨씬 이득에 나름 균형잡힌 식단이다.
밥을 먹고나니 출장신청 2개를 내일로 미뤄두었던 것이 생각났다.
얼른하고 가야지.
출장신청을 업로드 하고 결제신청을 하고 나니 저녁 안 먹고, 출장신청을 하지 않고 갔다면 난감했을 뻔했다.
퇴근 체크를 하지 않았었다.
나는 나 자신을 털털함으로 포장하지만, '대충대충'을 선호하는 것 일뿐이다. 실수가 많은 것 뿐이다.
누군가가 나를 챙겨주지 않으면 빈구멍이 숭숭이다. 팀원들이 날 챙겨주지 않으면? 이라고 작년 10월에 느꼈던 절망감은 나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이다.
이렇게 자아 비판만을 하려고 글을 쓴 것은 아니다.
오랜만에 일찍 퇴근하고 책과 맛있는 커피와 케이크,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노트북을 가지고 별다방에 왔다.
여기 온 것만으로 30퍼센트 정도의 행복감이 생긴다.
뭘하면 나는 행복한가?라는 물음을 자주 나에게 던진다. 나이 사십이 넘은 아직도 확신은 없지만,
좋은 책 읽는거, 글 쓰는 거, 맛있는 거 먹는 거 이런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건 알고 있다.



좋은 글쓰기 소재가 생각이 나서 컴을 켰다. 스타벅스는 와이파이가 무료이니 금방 브런치에 들어갈 수 있다
빨리 켜져라, 빨리 켜져라. 소재가 날아가 버리기 전에....
컴이 버벅댄다. 부팅 된거 같은데 정지 상태다. 생각을 해본다. 얘가 왜 이럴까?
지난번 회사일을 하고 컴을 끄지 않고 노트북을 그냥 덮어 두었다. 제대로 끄지 않은 모양이다.
그래서 노트북이 열받은 모양이다. 강제 종료 버튼을 누른다.
꺼질 때 까지 5초 정도를 기다렸다. 5초가 이렇게 긴 시간이었구나.
재부팅이 되었다.
부팅화면도 새로 바뀌었다. 새로 노트북을 사서 처음 켰을때의 그 화면.
버벅대던 컴을 버벅대게 만들던 쓰레기들이 어딘가의 쓰레기통으로 사라졌으리라.
비 온 다음날의 새벽 공기처럼 깔끔함이 새로 리부팅된 노트북에서 느껴졌다.
'그래, 그래 자주 리부팅 해주어야 해. 그래야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지.'
찌꺼기들을 매일매일 쌓아가면서 회사 생활을 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것 같다. 비워 내야 해.
저 노트북처럼 리부트 해야 다시 또 멋지게 일할 수 있을 거야.
일상의 리부트는 어떻게 하는거지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