빗줄기를 바라보며 [사물의 본질과 허상]
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다.잠들기 전에는 덥고, 잠든 후 새벽이 되면 추워서 이불을 끌어당긴다.잠들기 전 발로 차 버린 이불이 내가 미워 멀찍이 가버려서 발로 한참을 당겨야 내가랑이 사이로 들어온다. 새벽 6시.포항은 한국 어느 곳보다 해가 일찍 뜬다.그래 봤자 동해에서 서해까지 별 차이는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. 비가 내린다.여름 비처럼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과 공기를 파고드는 빗줄기가나의 마음을 차분히 식힌다.현관문을 빼꼼히 열고 바라보다 현관 밖 처마 밑에서 본격적으로내리는 비를 감상한다. 무언가 감동적이다. 나는 비를 보고 있다. 내리는 빗줄기가 칼날이 지나간 케이크처럼공기로 가득한 공간에 긴 상처들을 남긴다. 그러다 문득 빗방울을 떠올린다. 그리고 알아차렸다. 나는 본질을 보고 있지 않다...
2025.04.24